올드보이(2003) -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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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올드보이(200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드보이(2003) -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누아르 액션 멜로 <달은... 해가 꾸는 꿈 The Moon is What the Sun Dreams of(1992)>로 데뷔한 박찬욱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연출작 <3인조 Trio(1997)>에 이어, 2000년 당시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2000)>의 대성공 이후, <복수는 나의 것 Sympathy for Mr. Vengeance(2002)>에 이은 '복수 3부작 Vengeance Trilogy'의 두 번째 작품이자 통산 5번째 장편 연출작인 <올드보이 Oldboy>는 츠치야 가론 土屋ガロン, 미네기시 노부아키 嶺岸信明 원작의 동명 일본 만화를 각색한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김병옥, 오달수, 이승신, 윤진서, 지대한, 오태경, 유연석, 오광록, 이대연 배우가 출연 <올드보이>는 2003년 11월 21일 개봉하여 전국 관객수 326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당시 박찬욱 감독(왼쪽), 최민식 배우(출처-구글 이미지)

한국에서 개봉한 지 반년이 지난 2004년 5월, 5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올드보이>는 그해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한 심사위원단의 결정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Grand Prix)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칸영화제 수상 전후로 일본, 프랑스, 홍콩, 대만, 영국, 이태리, 그리스,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개봉되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1,541만 달러(약 206억 원)를 기록했으며, 2022년 현재 영화 전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 Top 250에서도 70위에 올라있을 만큼 해외 관객들이 인지하는 한국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복수 3부작(출처-구글 이미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에 이어, 이영애, 최민식 배우와 다시 작업한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2005)>로 완벽에 가깝게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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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월 21일, <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10주년 되는 날, HD 리마스터링을 거친 <올드보이> 재개봉이 있었는데요. 10주년을 기념해 박찬욱 감독과 주요 출연진들이 다시 만나 찍은 단체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집니다. 2023년이면 개봉 20주년을 맞이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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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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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뜻을 지녔다는 평범한 직장인 오대수(최민식). 1988년 어느 비 오는 밤, 만취 상태로 시비가 붙어 경찰서로 연행되고도 정신 못 차리던 대수는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인 주환(지대한) 덕분에 풀려납니다. 마침 어린 딸의 생일이라 생일선물로 천사 날개를 산 대수는 공중전화로 딸과 통화하다 주환이 대수의 아내와 잠시 통화합니다. 통화를 마친 주환이 돌아보자, 방금 전까지 뒤에 서 있던 대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언뜻 보면 어느 싸구려 모텔 방처럼 생긴 의문의 방. 대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방에 갇힙니다. 세상과 통하는 수단은 TV 한 대뿐.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조차 그림으로 그려진 그 방에서 대수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것은 오로지 군만두 한 접시뿐. 대체 여기가 어디이고, 자신이 왜 갇힌 건지 알 수 없는 대수는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합니다.

 

1년쯤 지났을까. TV 뉴스에서 대수의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심지어 아내 살해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대수. 그리고 대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혹시라도 자신에게 원한을 가졌을 법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하지만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누군가에게 반드시 복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대수는 정신줄을 다잡고 체력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대수가 의문의 방에 갇힌 지 15년째 되는 그해, 대수를 잠들게 할 때마다 살포되던 수면 가스가 온 방에 가득 차고, 최면술사(이승신)의 환영이 눈앞에 어른거리더니, 어딘지 모르는 들판에서 깨어날 것이라는 최면술사가 말하고, 이내 대수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박차고 나와보니, 방금 전에 들었던 어느 들판이었습니다.

 

15년의 세월이 흐르고, 자신이 납치당했던 그 장소는 재개발로 인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15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대수는 이제 자신을 가둔 자의 정체를 밝히고, 제대로 복수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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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꿈꿔온 복수, 그 이후 밀려드는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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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한 마디로 지독합니다. 누군가 아무런 악의적 의도 없이 놀린 새치 혀 끝에서 새어 나온 말 한마디가 부풀려져서 누군가가 삶을 포기하게끔 만들고, 그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아주 오랜 시간 복수를 준비하고 이를 실행하지만 <올드보이>는 성공적 복수 끝에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말하는 대신, 일종의 회한과 허탈함, 그리고 그 이후 다시 이어지는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런 말도 생각납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삶도 희생할 수밖에 없다. 복수를 성공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 경우에 따라서는 금전적 손해까지 감내해야 함은, 복수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올드보이>에서 복수의 주체인 우진을 보면 딱 그 느낌이 무엇인지 와닿는데요. 전학 가기 전날 고등학생 대수가 지껄인 한 마디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자신의 삶을 파괴시켰으나, 우진은 결국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치다시피 하여 대수를 향한 복수를 설계하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그 처절한 비밀을 대수에게 밝힌 이후, 우진에게 남은 것은 일종의 허탈감이었습니다. 계획했던 복수가 끝나자 우진은 이제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어쩌냐며 허탈해하더니, 이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합니다.

 

어느 종류의 복수이건, 우진의 결말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느낌일 것만 같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가 복수를 주제로 다룰 때 이렇듯 회한과 허탈함을 다루지만은 않죠. 보통은 복수의 대상이 처단당하는 순간, 관객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주고 복수에 성공한 설계자(?)에게는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드보이>를 비롯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앞서 이야기한 맥락에서 복수의 결과가 가져다주는 허망함에 대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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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또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임을 각인시키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대수가 갇혀 지내는 방의 벽지의 색감이나 문양, 캐릭터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의 디자인과 색, 그리고 다수의 박찬욱 감독 작품에 참여한 조영욱 음악감독의 음악이 그러한데요. 그러면서도 박찬욱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소 다른 액션 시퀀스들이 꽤 훌륭합니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회자되는 장도리 액션 시퀀스는 롱테이크로 촬영된 기술적 성취 외에도, 최민식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동작이 마치 잘 짜인 안무를 보는 듯이 보면 볼수록 황홀합니다. <올드보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많은 명장면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장도리 액션 시퀀스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손꼽을만합니다.

 

 

[영화 정보]

제목: 올드보이

영제: Oldboy

제작국가: 한국

감독: 박찬욱

캐스트: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김병옥, 오달수, 이승신, 윤진서, 지대한, 오태경, 유연석, 유일한, 오광록, 이대연, 박명신, 김수현, 용이 등

장르: 미스터리/범죄/액션/스릴러/드라마

러닝타임: 120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03년 11월 21일(한국 개봉)/2013년 11월 21일(한국 재개봉)

 

주요 수상내역:

2004년 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2004년 40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 부문 3개 부문 수상 - 감독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최민식), 여자 신인 연기상(윤진서)

2004년 41회 대종상 5개 부문 수상 - 감독상, 남우주연상(최민식), 조명상, 편집상, 음악상

2003년 24회 청룡영화상 3개 부문 수상 - 감독상, 남우주연상(최민식), 여우조연상(강혜정)

2004년 24회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상 5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최민식), 신인여우상(강혜정), 음악상

2004년 12회 춘사영화제 4개 부문 수상 - 심사위원 특별상(박찬욱), 남우주연상(최민식), 촬영상, 편집상

2004년 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5개 부문 수상 -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최민식), 조명상, 음악상

2004년 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3개 부문 수상 - 제작자상, 감독상, 남자 연기상

2004년 5회 부산 영화평론가협회상 4개 부문 수상 -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강혜정), 촬영상

2004년 1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2개 부문 수상 - 올해의 감독, 올해의 남자 배우(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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