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캐시트럭(202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캐시트럭(2021) - 다소 밋밋하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의 재회
범죄 코미디 액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1998)>로 데뷔한 후 <스내치 Snatch(2000)><맨 프롬 UNCLE The Man from U.N.C.L.E.(2015)> 등의 액션 영화 연출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 프로젝트 <알라딘 Aladdin(2019)>으로 연출 스펙트럼을 넓힌 영국 출신 가이 리치 Guy Ritchie가 다시 자신의 장기인 액션 스릴러인 <캐시트럭 Wrath of Man(2021)>으로 돌아왔습니다.
니콜라 부크리에프 Nicolas Boukhrief 감독, 알베르 뒤퐁텔 Albert Dupontel, 장 뒤자르댕 Jean Dujardin 주연의 프랑스 액션 스릴러 <컨베이어 Le Convoyeur(2004)>의 영어 리메이크작으로 영어 원제는 'Wrath of Man'로 '성난 남자, 분노한 사람' 정도의 뜻이지만, 프랑스 원작 영화의 영어 제목인 '캐시트럭 Cashtruck'이 제작 당시 제목이기도 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개봉제목으로 쓰였습니다.
가이 리치의 데뷔작부터 <스내치><리볼버 Revolver(2005)>에 출연한 액션 스타 제이슨 스테덤 Jason Statham을 비롯,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의 아들 스콧 이스트우드 Scott Eastwood, 90년대 청춘스타였던 조시 하트넷 Josh Hartnett, 홀트 맥캘러니 Holt McCallany, 제프리 도노반 Jeffrey Donovan 등이 출연했습니다.
4,000만 달러(약 52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캐시트럭>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최종 누적 수익 1억 400만 달러(약 1,358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현금 수송 기업 '포르티코'의 캐시트럭이 공사장 인부로 위장한 무장강도단의 공격을 받아 운전석에 있던 직원 두 명과 민간인 한 명이 사살되었다는 무전이 들립니다.
어두운 영혼 A Dark Spirit.
영국에 있는 경호업체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패트릭 힐(제이슨 스타뎀)이 포르티코에 입사하고, 불렛(홀트 맥캘러니)은 남다른 아우라를 지닌 패트릭을 '에이치 H'라 부르며 팀원들에게 소개하고, 데이브(조시 하트넷), 데이나(니암 알가르) 등과 함께 현금 수송 업무팀에 소속됩니다.
힐이 현금 수송업무에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렛이 무장강도들에게 납치당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순간 데이브는 패닉에 빠져 업무 매뉴얼에 따라 불렛을 포기하고 당장 본사로 복귀해야 한다고 우기지만, 힐은 그럴 수 없다며 강도들이 원하는 대로 현금을 옮겨 싣는 척하다 허점을 노려 강도단을 모조리 처치합니다. 그리고 강도단의 복면을 하나씩 벗겨 얼굴을 확인하는 힐.
매니저 테리 로시(에디 마산)는 끔찍한 사고를 겪은 힐을 사무직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며칠간 휴가를 주려하지만, 포르티코 사장 블레이크 홀스(롭 딜레이니)는 갓 입사한 신규 직원이 강도단을 처치하는 큰 공을 세웠다며 테리의 결정을 무마시킵니다.
얼마 후, 불렛과 현금 수송에 나선 힐. 그리고 강도단이 캐시트럭을 급습하는 사건이 다시 발생합니다. 그런데 지난번과 다르게 복면 쓴 강도단은 힐의 얼굴을 보고는 36계 줄행랑. 이로 인해 사장 블레이크는 힐을 더더욱 마음에 들어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힐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합니다.
초토화 Scorched Earth.
아들 더글러스(일라이 브라운)와 외출 중인 힐. 그때 부하 마이크(대럴 디실바)에게서 캐시트럭의 운행 방향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 전화가 옵니다. 오랜만에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던 힐의 정체는 사실 '메이슨 하그리브스'였고, 캐시트럭을 강탈하는 무장강도단의 보스입니다.
원래 캐시트럭 운행 방향을 확인하려던 직원이 사고를 당해 부득이 보스에게 부탁하게 된 마이크의 설명을 듣고, 포르티코 인근에 차를 세우고 아들과 먹을 부리토를 사러 가는 힐. 마침 캐시트럭이 우회전하는 것을 확인하고 마이크에게 전달한 뒤, 여유롭게 부리토 두 개를 손에 들고 다시 차로 돌아가던 중, 총을 맞고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더글러스를 발견한 힐은 부리토가 웬 말이냐며 집어던지고 맹렬히 달려가지만, 그만 강도단 일원이 쏜 총에 맞고 바닥에 쓰러집니다. 그리고 그때 강도의 얼굴을 확인하는 힐.
3주 후, 힐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더글러스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힐은 아들을 죽인 강도단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강도단의 행적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조직원들에게는 잠시 런던에 가서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패트릭 힐'이라는 위장 신분을 만들어 포르티코로 입사합니다.
나쁜 종자들 Bad animals, Bad.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빌런 군단. 아프가니스탄 파병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 6인방은 전역 후 사회 적응에 애먹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이래저래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랍계 부호의 경호업무를 하던 카를로스(라즈 알론소)가 야근 수당도 제대로 안 챙겨주는 고용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그룹을 이끄는 잭슨(제프리 도노반)과 젠(스콧 이스트우드)이 부추겨 강도짓을 하지만, 기대보다 적은 수확에 결국 캐시트럭을 털기로 작당합니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 번 캐시트럭 강탈에 성공하자 점점 더 대담해지는 퇴역군인 강도단. 아예 포르티코 내부에 끄나풀까지 확보하고, 캐시트럭 운송 계획 정보는 캐내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캐시트럭 강탈 현장에 예상치 못한 목격자가 있었으니, 바로 힐, 아니 하그리브스의 아들 더글러스였습니다.
폐, 간, 비장, 심장 Lungs, Liver, Spleen, Heart.
5개월 후, 크게 마지막 한 탕을 해치우기로 한 퇴역군인 무장강도단 6인방. 그것은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노려, 캐시트럭이 아닌 아예 현금을 산더미처럼 보관하고 있을 포르티코의 금고를 털어버리자는 것.
그리고 문제의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힐과 함께 현금 수송에 나선 불렛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누군가 무장강도단에게 정보를 흘린 내부 첩자였음을 고백하고, 힐에게 그저 협조해주기를 회유합니다. 드디어 아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한 힐은 일단 불렛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스토리는 별 것 없지만, 나름 멋스럽게 연출한 가이 리치
<리볼버> 이후 십수 년 만에 재회한 가이 리치와 제이슨 스타뎀의 재회는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뒀습니다. 시간 순으로 배치해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하고 다소 밋밋할 수 있는 플롯을 맛깔나게 연출한 덕이겠죠. 소제목이 들어간 4개의 챕터로 나눈 <캐시트럭>의 전개는 흥미롭습니다.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타뎀의 이미지와 아들의 복수에 나선 아버지의 처절함이 겹쳐지면서, 그 시너지는 더욱 화려하게 발산합니다.
챕터를 거듭하면서 숨겨진 존재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나름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최종 빌런인 스콧 이스트우드는 마치 '엑스맨' 시절의 휴 잭맨 Hugh Jackman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외모로 냉혹한 빌런을 연기했는데요. 역시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구조를 비튼 덕에 빌런의 악랄함이 좀 더 강조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오로지 아들을 죽인 나쁜 놈을 찾기 위한 복수극에 초점을 맞췄지만, 캐릭터를 살짝 비튼 재미도 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연기한 패트릭 힐/메이슨 하그리브스 자체가 범죄조직의 보스니까요. 물론, 이렇게 비트는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복수극의 클리셰를 틀었다는 점에서는 신선합니다.
90년대 청춘스타였던 조시 하트넷의 연기를 오랜만에 보는 것은 반가웠지만, 극 중 비중이 크지 않아 다소 아쉽기는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인드헌터 Mindhunter>의 홀트 맥캘러니의 야비한 반전도 캐스팅의 잔재미를 주었고, 래퍼 포스트 말론과 앤디 가르시아의 깜짝 출연도 반가웠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캐시트럭(2021)
원제: Wrath of Man
제작국가: 미국/영국
감독: 가이 리치
캐스트: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우드, 조시 하트넷, 포스트 말론, 홀트 맥캘러니, 제프리 도노반, 앤디 가르시아 등
장르: 액션/스릴러
러닝타임: 119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21년 6월 9일(한국)/2021년 5월 7일(미국)/2021년 12월 10일(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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