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오케이 마담(202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케이 마담(2020) - 앙상한 플롯과 엄정화의 고군분투가 뒤섞인 액션 코미디
고(故) 김주혁(1972~2017), 문근영 배우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Love Me Not(2006)>으로 데뷔한 후, 공포영화 <폐가 The Haunted House Project(2010)>,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 Hello?! Orchestra(2013)>, 미스터리 스릴러 <날, 보러 와요 Insane(2015)>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이철하 감독의 액션 코미디 <오케이 마담 OK! Madam>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개봉했습니다.
엄정화 배우에게는 <미쓰 와이프 Wonderful Nightmare(2015)> 이후 5년 만의 주연 영화이자, 첫 본격 액션 연기 도전작이었는데요.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이선빈 배우가 함께 출연하여 하와이행 비행기 안에서 첩보 액션 코미디 한 판을 펼칩니다.
<오케이 마담>의 제목은 양자경 楊紫瓊 주연의 홍콩 액션 영화 <예스마담 皇家師姐(1985)>에 대한 오마주로, 제목에 걸맞은 엄정화 배우의 고공 액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구월산 작전에 투입된 북한군 특수부대원 목련화(이선빈)와 리철승(이상윤)은 한 팀으로 한 호텔에서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그때 호텔 방 서랍장에서 무언가 찾던 목련화에게 도달한 최영철(김종수)로부터의 음성메시지.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들은 목련화는 잠시 후 방에 들어선 리철승에게 총을 겨누고, 리철승 또한 목련화에게 맞대응으로 총을 겨눕니다. 그러다 리철승을 향한 총의 방아쇠를 당긴 목련화는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탈출합니다.
장소는 어느새 서울 영천시장으로 바뀝니다. 꽈배기 맛집으로 소문난 미영(엄정화)의 가게에는 손님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준비한 재료를 모두 소진한 미영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 문을 닫습니다. 한편, 미영의 남편 석환(박성웅)은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합니다. 석환은 오늘도 음료수 병뚜껑 이벤트가 당첨됐는지 확인하다 갑자기 미영이 들어서자 황급히 이를 숨깁니다. 어차피 당첨도 안 될 이벤트에 목숨 거는 남편 석환이 못마땅한 미영.
마침 그때 노트북 수리를 맡기러 손님이 찾아오고, 석환은 손님과 미영에게 음료수를 주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노트북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음료수를 마신 미영이 무심결에 병뚜껑을 확인해 보니, 1등 경품인 하와이 가족여행권 당첨!
하지만, 덜덜거리는 세탁기 하나 못 바꾸고 있는 처지에, 제세공과금까지 내면서 하와이 여행을 갈 수는 없다고 버티는 미영. 그런 미영을 죽도록 설득하는 석환의 노력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미영은 여행상품권을 중고나라에서 팔면 된다고 계속 우깁니다. 마침 사는 게 힘들다고 툴툴거리며 집에 돌아온 딸 나리(정수빈)는 꽈배기 집 딸이라는 놀림도 발레복을 입었더니 스모 선수 같다고 놀림받는 것도 싫다고 불평을 한가득 쏟아냅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 다 가본 주말 캠핑조차 가본 적 없고, 비행기도 타본 적 없다고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나리.
미영은 딸과 남편의 소원대로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석환은 고장 난 세탁기를 열심히 고쳐봅니다. 결국 미영은 여행상품권을 쓰기로 결심하고, 마침 석환이 손본 고장 난 세탁기도 제대로 작동합니다. 드디어 온 가족이 새로 사진을 찍어 새 여권을 발급받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하와이를 향해 떠납니다.
한편, 오프닝 이후 사라졌던 목련화(이선빈)가 다시 등장하고,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리철승에게 10년 전 홀연히 종적을 감춘 목련화가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그리고 리철승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집니다. 바로 48시간 뒤 인천에서 출발하는 하와이행 비행기에서 목련화를 찾아서 죽이지 말고 데려오라는.
대망의 출발일 아침, 미영과 석환, 나리는 인천공항으로 가느라 분주한데, 같은 시각 공항에서는 목련화의 사진을 보고 얼굴을 숙지하고 있는 수상한 요원들의 비밀스러운 대화가 오갑니다. 리철승 또한 미영의 가족이 탑승하는 같은 비행기에 비장한 얼굴로 올라탑니다. 마침 미영과 나리는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된 좌석으로 가고, 석환은 이코노미 석으로 가 들뜬 마음으로 좌석벨트를 찰칵 채웁니다.
기내 안내 방송 직후, 탑승자 중 수상한 낌새는 없다고 손목시계에 대고 중얼거리는 승무원 현민(배정남)과 현민의 엉뚱한 행동을 야단치는 사무장(김혜은). 곧 이륙 준비를 마쳤다는 기장(정만식)의 기내 방송이 이어지고, 이제 진짜 하와이행 비행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과연 미영 가족은 즐거운 가족 여행을 앞두고 들떠 있고, 기내 여러 손님들의 각양각색 오두방정이 펼쳐지던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억지로 웃기려는 코미디와 그나마 괜찮았던 액션의 부조화
영화 <오케이 마담>은 비행기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그나마 유려하게 연출된 액션 장면만을 위해 앞뒤 좌우에 너무 많은 곁가지와 떡밥을 흩뿌려 놓는 무리수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티켓팅부터 탑승 전후에도 멈추지 않는 억지 개그와 말장난으로 피로감을 주는 것도 모자라, 배정남 배우가 연기한 엉뚱한 승무원 캐릭터로 억지 개그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거기에 미영 가족을 중심으로 한 탑승객의 면면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메인 플롯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곁가지들이 계속 뻗쳐나가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각본은, 목련화 생포 작전을 중심으로 한 서브플롯도 한가득 펼칩니다. 그러다 영천시장 꽈배기 집 억척 사장 미영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각자 움직이던 플롯이 하나로 합쳐지지만, 무리수의 향연은 계속 이어지죠.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겹쳐지며, 미영과 석환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트루 라이즈 True Lies(1994)>를 비롯한 기존 유명 작품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첩보원 부부 설정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엄정화, 박성웅 배우의 피나는 노력이 그런 뻔한 클리셰의 치부를 다소 가려주기는 합니다만 그 또한 역부족입니다. 워낙 플롯이 앙상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커버되기가 힘들어집니다.
꽃무늬 셔츠에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으로 환복 한 미영은 또 어쩔 수 없이 <킬 빌 Kill Bill(2003~2004)>의 우마 서먼 Uma Thurman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노란 트레이닝복 차림의 우마 서먼은 자연스럽게 브루스 리가 연상됐다면, 미영은 이미 제목에서부터도 그랬지만 딱히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더라도 양자경을 떠올려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오프닝의 목련화와 비행기에 탑승한 유명 배우 안세라, 1인 2역을 이선빈 배우가 연기한 것은 너무 얕은 트릭이라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셈 치더라도, 전체적으로 걸쭉한 입담이 오가는 코미디도, 가족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가족 코미디도, 숨 막히는 고공 첩보 액션도, 그 어느 쪽으로도 방점을 찍지 못한 채 휘청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엄정화 배우의 액션 연기를 훌륭했고, 그나마 <오케이 마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하와이에 도착한 미영과 석환, 나리의 즐거운 여행으로 서둘러 마무리를 짓지만, 실제 하와이에 가서 촬영을 했는지, 가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극장 대형 화면으로 보기에는 컴퓨터 그래픽 합성이 상당히 조악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오케이 마담
영제: OK! Madam
제작국가: 한국
감독: 이철하
캐스트: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이선빈, 정수빈, 유하준, 박지일 등
장르: 코미디/액션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0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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