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2013) -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
아카데미 작품상과 오리지널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발견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Four Weddings and a Funeral(1994)>의 각본을 쓴 이후, <미스터 빈 Bean(1997)><노팅 힐 Notting Hill(1999)><브리짓 존스의 일기 Bridget Jones's Diary(2001)>의 각본을 거쳐, 역시 자신이 각본을 쓴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2003)>로 감독으로 영역을 넓힌 뉴질랜드 출신 영국 작가 겸 제작자 겸 감독인 리처드 커티스 Richard Curtis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어바웃 타임 About Time(2013)>은 역시 커티스 자신이 쓴 각본을 토대로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코엔 형제 The Coen Brothers의 <더 브레이브 True Grit(2010)>의 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2010~2011)>의 빌 위즐리, 조 라이트 Joe Wright의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2012)>의 콘스탄틴 레빈 등을 연기했던 아일랜드 배우 도널 글리슨 Domhnall Gleeson과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2004)>의 레지나 조지, <노트북 The Notebook(2004)>의 앨리,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2011)>의 이네즈 역 등으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 레이첼 맥아담스 Rachel McAdams가 각각 팀 레이크와 메리로 등장합니다.
두 배우와 함께 빌 나이 Bill Nighy, 톰 홀랜더 Tom Hollander, 린제이 던컨 Lindsay Duncan, 마고 로비 Margot Robbie, 리디아 윌슨 Lydia Wilson, 리처드 코더리 Richard Cordery, 조슈아 맥과이어 Joshua McGuire, 톰 휴즈 Tom Hughes, 바네사 커비 Vanessa Kirby, 리처드 E. 그랜트 Richard E. Grant가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의 이모부 버논을 여기한 리처드 그리피스 Richard Griggiths(1947~2013)의 생전 마지막 영화 출연작이기도 합니다.
<어바웃 타임(2013)>의 제작비 규모는 1,200만 달러(약 154억 원)로 2013년 9월 4일 영국, 같은 해 11월 8일 미국, 12월 5일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영국과 미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 주말 관객수 47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고, 전국 누적 관객수 339만 명을 기록할 만큼 크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를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환산하면, 2,128만 달러(약 273억 원)로, 영국 누적 수익 1,209만 달러(약 155억 원), 미국 누적 수익 1,532만 달러(약 196억 원)를 앞서며 전 세계 여러 나라 중에 한국에서 가장 흥행이 잘 된 결과로 이어졌는데요. 이는 전 세계 최종 누적 수익 8,710만 달러(약 1,118억 원) 가운데 약 1/4에 해당합니다.
2018년 5월 방영을 시작한 동명의 tvN 월화드라마가 있지만, 제목이 같고,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이기는 하지만, 영화 <어바웃 타임(2013)>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영국 남서부 콘월, 바닷가 근처의 집에서 팀 레이크(도널 글리슨)는 아버지 제임스(빌 나이), 어머니 메리(린제이 던컨),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삼촌 데스먼드(리처드 코더리),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동생 캐서린 "킷 캣"(리디아 윌슨)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팀의 21번째 생일날, 팀은 제임스로부터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됩니다. 집안 대대로 남자들에게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지나 온 과거 어느 순간이든 원하는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제임스는 아들 팀에게 이 능력을 돈이나 명성을 얻기 위해 쓰지 않기를 당부하고, 팀은 이를 적극 활용해 자신의 메마른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로맨스 지수를 높이기로 결심합니다.
그해 여름, 킷 캣의 친구 샬롯(마고 로비)이 놀러 옵니다. 팀은 샬롯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버리지만, 샬롯이 자신의 집에서 여름을 나는 내내 자신의 감정을 고백할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샬롯이 떠나기 직전, 드디어 그 순간이 왔음을 직감하고 샬롯에게 수줍게 고백하지만, 샬롯의 대답은 좀 더 일찍 말했어야 했다며 거절합니다. 팀은 곧 샬롯이 한창 머물던 시간으로 되돌아가 다시 고백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라고 충고하는 샬롯.
팀은 샬롯의 거절에 상처받지만, 시간 여행이 상대방의 감정까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참사랑은 사라졌다고 믿게 된 팀은 연애 자체에 싫증이 납니다.
얼마 후, 변호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거처를 옮긴 팀은 제임스의 지인이자 신경질적인 극작가 해리 채프먼(톰 홀랜더)의 집에서 지냅니다. 런던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에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게 됩니다. 서빙되는 요리가 무엇인지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서로 달콤한 대화를 주고받는 팀과 메리는 식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메리에게 호감을 느낀 팀이 연락처를 묻고, 메리 또한 팀이 괜찮았는지 즉각 알려줍니다.
한편, 자신의 연극 초연 날, 배우가 대사를 까먹는 바람에 공연을 망쳤다고 신경질이 머리끝으로 뻗친 해리. 팀은 곧 과거로 돌아가 배우에게 대사를 알려주고, 초연은 대성공합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극찬에 기뻐하는 해리를 보며, 팀은 마냥 흐뭇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리의 공연을 돕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바람에, 메리를 만났던 암흑 속 첫 만남이 아예 일어나지도 않게 된 겁니다. 그러다 메리가 케이트 모스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떠올려, 케이트 모스 사진전에서 무작정 메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메리를 발견한 팀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안타깝게도 메리는 팀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 심지어 일주일 된 남자친구까지 있다니요!
팀은 메리가 새 남자친구를 만났던 파티 당일 저녁으로 돌아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리에게 다가갑니다. 메리에게 팀은 역시 이번에도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 하지만, 팀은 메리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꽤 좋아하기까지 합니다. 사진전에서 만났을 때 메리가 케이트 모스에 대해 했던 말들을 꺼내며 당장 메리에게 호감을 얻은 팀. 지루한 파티장을 빠져나가 뭐라도 먹자는 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는 메리. 그렇게 팀에게는 두 번째가 된 메리와의 데이트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인생을 돌아보는 드라마로 끝맺다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은 포스터 이미지만 봐도 그렇지만, 각본과 연출을 맡은 리처드 커티스의 전작들 때문에도, 누가 봐도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로 보입니다. 실제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확실히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메리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팀은 끊임없이 시간 여행을 합니다. 아주 먼 과거일 필요도 없습니다. 말 한마디 실수하면 그 말을 내뱉기 직전으로, 뭔가 굼뜬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을 하기 직전으로, 참 자주도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러면서 팀은 그런 사소한 실수를 무마시키고, 완벽한 말과 행동으로 메리와의 로맨스를 완성합니다.
포스터 이미지로 이미 익숙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메리와의 결혼식 후 들이닥친 엄청난 비바람 때문에 야외 피로연 대신 거실에 자리 잡은 하객들 앞에서의 신랑 들러리의 축사가 이어질 때까지도 어느 정도 로맨틱 코미디의 외형을 유지하다가, 메리와 팀의 결혼 직후부터 극 전개가 급물살을 탑니다. 메리의 출산과 이후 양육, 둘째 임신과 출산이 빠르게 전개되던 중, 못된 남자 친구로 인해 열받은 여동생 킷 캣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팀이 시간 여행의 비밀을 킷 캣에게 공유하면서부터 이전까지 유지되던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가족 드라마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제임스의 폐암 투병을 알게 되면서, 영화의 엔딩은 평생 같은 비밀을 간직해 온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마지막 시간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팀은 제임스가 남긴 마지막 말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지낸 후, 다시 그 하루를 살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합니다. 눈코 뜰 새 없이 지낸 그 하루 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곱씹고, 그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요. 결국 팀은 시간 여행을 하지 않고도 평범하지만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로 하는 결론에 닿습니다.
<어바웃 타임(2013)>을 비롯해, 비슷한 류의 판타지 영화에는 일단 진입 장벽이 버티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설정에 대한 몰입 여부인데요. 예를 들어, 자고 일어나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2015)>처럼, 초반에 해당 설정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내내 영화 속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선 계속 외치죠. '지금 저게 말이 돼?'
그런 의미에서 <어바웃 타임(2013)>을 처음 볼 때엔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어디든 벽장과 같은 장소에 들어가 두 주먹을 불끈 뒤고 눈을 감은 뒤, 가고 싶은 특정 시간대를 떠올리면 뿅~! 하고 그 순간으로 이동하는 거죠. 그 설정 자체가 너무 편리하다는 거부감이 들었달까요. 게다가 원하는 대로 시간대를 왔다 갔다 하는 팀에게 이끌려,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설계당한 듯이 팀과 인연을 맺게 되는 메리는 대체 뭔가 싶기도 했고요. 메리뿐이겠습니까, 생각해보면 팀 주변 인물들, 적어도 같은 능력을 가진 아버지 제임스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팀의 기준에 따라 팀이 왔다 갔다 하는 대로 다른 이들의 인생도 술렁술렁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아무리 영화적 허용에 의한 설정이라 해도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수년이 지나 다시 보니, 편의적으로 설정한 시간 여행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허술하지만, 결국 엔딩에 이르러서는 마음의 문이 스르륵 열려버렸습니다. 애초에 가지고 있던 설정에 대한 불만보다는, 결국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팀에게 동화되어서였을까요.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리처드 커티스의 의도에 뒤늦게 동의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어바웃 타임(2013)
원제: About Time
제작국가: 영국
감독: 리처드 커티스
캐스트: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린제이 던컨, 리디아 윌슨, 톰 홀랜더, 마고 로비, 바네사 커비, 윌 메릭, 톰 휴즈, 리처드 코더리, 조슈아 맥과이어, 캐서린 스테드먼 등
장르: 로맨스/코미디/판타지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3년 12월 5일 (한국)/2013년 9월 4일(영국)/2013년 11월 8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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