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1990년대

퍼니 게임(1997) - 웃기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게임 한 판

by 조브라이언 2023. 2. 18.
반응형

출처-구글 이미지

※ 글 내용 중에 영화 <퍼니 게임(199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퍼니 게임(1997) - 웃기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게임 한 판

장편 연출 데뷔작 <7번째 대륙 Der siebente Kontinent(1989)>에 이어 <베니의 비디오 Benny's Video(1992)><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 71 Fragmente einer Chronologie des Zufalls(1994)>을 연출한 오스트리아 감독 미카엘 하네케 Michael Haneke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 <퍼니 게임 Funny Games(1997)>는 하네케가 직접 각본을 쓴 범죄 스릴러 공포 영화입니다.

 

실제 부부였던 독일 배우 주자네 로타어 Susanne Lothar(1960~2012)와 울리히 뮈헤 Ulrich Mühe(1953~2007)가 극 중에서도 부부로 출연했고, 오스트리아 배우 아르노 프리쉬 Arno Frisch, 독일 배우 프랑크 지에링 Frank Giering(1971~2010), 슈테판 클라친스키 Stefan Clapczynski 등이 출연했습니다.

 

하네케는 <퍼니 게임(1997)>으로 1997년 5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초청된 이후, <피아니스트 La pianiste(2001)>로 2001년 54회 심사위원 대상, <히든 Caché(2005)>으로 2005년 58회 감독상, <하얀 리본 Das weiße Band(2009)>과 <아무르 Amour(2012)>로 2009년 62회와 2012년 65회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오스트리아의 대표 감독으로 손꼽힙니다.

 

<퍼니 게임(1997)> 개봉 후 10년이 지난 2007년, 나오미 왓츠 Naomi Watts, 팀 로스 Tim Roth, 마이클 피트 Michael Pitt 등을 캐스팅한 영어 리메이크 <퍼니 게임(2007)>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출처-구글 이미지

게오르그 쇼베르(울리히 뮈헤)가 아내 안나(주자네 로타어), 아들 게오르기(슈테판 클라친스키), 반려견 롤피와 함께 오스트리아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 가는 길에, 이웃 프레드(크리스토퍼 반처)와 에바 베를링거(모니카 잘링거)가 낯선 두 청년과 함께 있는 것을 봅니다. 평소답지 않게 에바와 프레드의 행동이 이상해 보였고, 둘의 딸 씨시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 낯선 청년 두 명이 마음에 걸리는 안나와 게오르그. 별장에 도착한 안나와 게오르그는 요트를 선착장에 내릴 때 도와달라고 프레드에게 연락하고, 잠시 후 프레드가 친구 아들이라며 폴(아르노 프리쉬)과 함께 찾아옵니다.

 

잠시 후, 게오르그와 게오르기가 프레드, 폴과 함께 요트를 내리는 동안, 부엌에서 한창 재료 준비를 하랴 통화하랴 분주한 안나에게 낯선 청년 피터(프랑크 지에링)가 에바의 부탁으로 계란을 빌리러 왔다며 부엌으로 들어섭니다. 에바의 부탁이라니 흔쾌히 계란 몇 알을 꺼내주는 안나. 하지만 계란을 받아 손에 들고나갔던 피터는 현관 앞 바닥에 계란을 떨어뜨리고, 안나가 바닥을 치우고 다시 계란을 챙기는 사이 무선전화기를 싱크대에 빠뜨리는 등 수선을 피웁니다.

 

그러다 폴까지 가세해 게오르그의 골프채를 보더니 마당에서 한 번만 치게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안나가 마지못해 허락하고, 폴이 골프채를 들고 마당에 나간 사이 롤피가 격하게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순간 잠잠해집니다.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 폴과 피터가 계란을 다시 달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하자, 기분이 언짢아진 안나는 둘에게 당장 나가달라고 요청하지만, 흰 장갑과 흰 옷을 입은 괴상한 두 청년은 꼼짝도 안 합니다.

 

잠시 후, 게오르그가 돌아와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흰 장갑을 낀 두 청년의 괴상망측한 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미카엘 하네케가 관객에게 걸어온 괴팍한 게임에 걸려들다

출처-구글 이미지

흰 장갑을 낀 미친 자 2인조에서 리더를 담당하는 폴이 처음 카메라를 응시할 때 알아챘어야 합니다. 그런데 <퍼니 게임(1997)>가 처음 공개된 1997년 당시에는 미카엘 하네케라는 이름은 낯설고, 그의 괴팍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때였기에, 고스란히 하네케가 쳐놓은 덫에 걸려든 셈이죠.

 

'이거 아주 흥미진진하겠는데?' 싶어 보이는 폴의 짓궂은 표정과 눈웃음까지는 그렇다 쳐도, 아무런 이유 없이 2인조에게 당하는 세 가족이 하나씩 죽어가는 과정은, 문자 그래도 '고문'입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일 뻔했던, 안나가 장총으로 피터를 쏴버린 장면에서는, 어쩌면 역대급 최악의 고구마가 될 수도 있는 '리와인드(되감기)'가 펼쳐집니다.

 

순간, 육성으로 쌍욕이 나올뻔한 걸 참으며, '그래 이건 영화야, 영화일 뿐이야. 실제 상황을 담은 스너프 필름도 아니고, 파운드푸티지 영화도 아냐'를 되뇌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하네케가 아주 지독하게 쳐놓은 덫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집에서 보는 중이라면 정지 버튼을 누를 수밖에.

 

낯선 자가 집을 찾아와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식의 영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영화에서 의례히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낯선 자를 처단하는 용감한 주인공의 반격! 물론 그런 반격과 몸싸움, 악당의 죽음 등은 너무 뻔한 클리셰이기도 하죠. 여느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미 수백 번도 더 봤던 장면이고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퍼니 게임(1997)>에서의 난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벌어지는 현실 세계에서의 폭력을 여과 없이 노출시키는 미디어에 대한 비아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더라도, 미카엘 하네케의 연출 의도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겠네요.

 

 

[영화 정보]

제목: 퍼니 게임(1997)

원제: Funny Games(1997)

제작국가: 오스트리아

감독: 미카엘 하네케

캐스트: 주자네 로타어, 울리히 뮈헤, 아르노 프리쉬, 프랑크 지에링, 도리스 컨스트먼 등

장르: 범죄/스릴러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97년 11월 15일(한국)/1997년 9월 11일(독일)/1998년 3월 11일(미국)

 

주요 수상내역:

1997년 5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