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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90년대

인생(人生)(1994) - 인간사 희로애락(喜怒哀樂)를 그린 장이모우의 걸작

by 조브라이언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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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인생(人生)(1994)>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생(人生)(1994) - 인간사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그린 장이모우의 걸작

장편 연출 데뷔작 <붉은 수수밭(紅高梁) Red Sorghum(1988)>으로 3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5번째 연출작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 The Story of Qui Ju(1992)>로 4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중국 촬영감독 출신의 제작자, 배우, 각본가이자 감독인 장이모우(張藝謀) Zhang Yimou의 6번째 장편 연출작 <인생(人生) To Live(1994)>.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 Yu Hua가 1993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장이모우 감독 연출 데뷔작부터 모든 작품에 출연한 장이모우의 페르소나 공리(鞏俐) Gong Li가 부귀의 아내 지아전을 연기했고, 공리와 함께 <패왕별희(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1993)>에 출연했던 갈우(葛優) Ge You가 푸궤이 역을 맡았습니다.

 

1994년 47회 칸영화제 폐막식 참석 당시 갈우(왼쪽), 공리(출처-구글 이미지)

1994년 4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베를린과 베니스 최고상을 받은 장이머우가 칸 황금종려상까지 받아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할지 관심이 모아졌었는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가 심사위원장을, 꺄뜨린느 드뇌브 Catherine Deneuve가 부심사위원장을 맡고, 한국의 신상옥 감독(1926~2006)이 참여한 그해 심사위원단의 선택은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의 <펄프 픽션 Pulp Fiction(1994)>에 황금종려상을, 니키타 미할코프 Nikita Mikhalkov의 <위선의 태양 Burnt by the Sun(1994)>과 장이모우의 <인생(1994)>에 심사위원 대상인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인생(1994)>에서 푸궤이를 연기한 갈우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칸영화제 이후 <인생(1994)>은 1995년 48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비영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위선의 태양(1994)>은 1995년 67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1994년 당시, 중국 정부에서는 영화 내용상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문제 삼아 <인생(1994)>의 극장 개봉을 허가하기 않았지만, 사무엘 골드윈 컴퍼니 배급으로 북미에서 1994년 11월 18일에 개봉해 북미 최종 누적 수익 233만 달러(약 3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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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부유한 지주의 아들 푸궤이(갈우)는 변변한 직업따위는 가지지 않고, 아버지(황종락)의 재산이 마치 화수분처럼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인 양 날마다 도박장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한량 중의 한량입니다. 둘째 아기를 임신한 아내 지아전(공리)은 정신 못 차리는 남편 푸궤이 때문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도박을 끊으라고 푸궤이를 얼러도 보고 토라져도 보지만, 푸궤이는 도박에 지독하게 중독돼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습니다. 결국 딸 펑시아를 데리고 임신한 몸으로 집을 나가버린 지아전.

 

아내가 집을 나갔지만 여전히 정신 못 차린 푸궤이는 룽얼(예대홍)과 맞대결을 멈추지 않고, 장부에는 도박빚이 쌓여만 갑니다. 그러다 결국 재산은 거덜 나고 집문서까지 룽얼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앉게 된 푸궤이의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그만 세상을 떠나고, 푸궤이는 부유한 한량에서 노점상으로 전락하여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까 말까 궁핍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나 갔던 아내 지아전이 그사이 세상에 태어난 아들 요우칭과 그새 자란 딸 펑시아와 함께 푸궤이에게 돌아오고, 푸궤이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룽얼을 찾아가 돈을 빌리려 합니다. 하지만 룽얼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원래 자신이 했던 그림자 공연 도구를 푸궤이에게 주면서, 예전에 푸궤이가 그림자 공연에 재능이 있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렇게 푸궤이가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려 그림자 공연으로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하고, 단란하게 가정을 꾸려가던 중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내전이 발생하면서, 푸궤이는 국민혁명군에 징집당합니다. 그러다 국민혁명군이 전세에서 밀리게 되고, 푸궤이와 친구 춘셩(곽도)은 복무 중 만난 아촨이 적군의 총탄에 맞아 죽기 직전, 두 손 번쩍 들고 인민해방군의 인질이 되면 목숨만은 건질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도망치던 중 결국 인질로 붙잡힙니다.

 

푸궤이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전쟁에 지친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그림자 공연을 해 위안을 주고, 그러는 사이 전쟁이 끝나자 인민해방군 측에서 혁명에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춘셩은 평소 좋아하던 운전을 실컷 하겠다며 운전병으로 지원, 군대에 말뚝을 박습니다.

 

1950년대. 고향으로 돌아온 푸궤이는 물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생 중인 아내 지아전과 재회합니다. 그사이 푸궤이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딸 펑시아는 열병을 앓은 후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그리고 촌장으로부터 예전에 푸궤이의 집을 차지했던 룽얼이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인민재판에 회부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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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1994)>은 중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개인의 비극을 담은 대표작으로 첸카이거(陳凱歌) Chen Kaige 감독의 <패왕별희(霸王别姬) Farewell My Concubine(1993)>와 함께 손꼽히는 영화인데요. 장이머우와 첸카이거 모두 중국 5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특히 1990년대 초중반 주요 세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한때 세계 영화계에서 중국 본토 영화가 꽤 주목받았습니다.

 

한때 장이모우의 실제 연인이기도 했던 공리는 장이머우의 데뷔작 <붉은 수수밭>을 시작으로 <트라이어드(搖呀搖! 搖到外婆橋) Shanghai Triad(1995)>까지 초기작 7편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았고, 19년 만에 재회한 <5일의 마중(归来) Coming Home(2014)>까지 총 8편을 함께 작업한 장이머우의 페르소나이자 디바인데요. <인생(1994)>에서는 공리와 함께 남편 푸궤이를 연기한 갈우가 30여 년 세월을 함께 한 부부로 등장해, 두 배우의 연기 조화가 빛을 발했습니다.

 

한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세월의 풍파, 이념의 대립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예기치 못한 비극이 끊이지 않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푸궤이와 지아전 부부의 모습에서 그래도 삶은 이어가야 한다,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따뜻한 시선을 담은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특히 <인생(1994)>을 보면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먹고 싶어 지는데요. 아들과 딸을 모두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지만, 악한 마음 하나 없이 순박하게 살아온 부부는 사위 에르시와 손자 만두와 함께 만두를 먹으며 계속 살아갈 것이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엔딩 장면이 다 끝나도록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애틋함으로, 입가에는 쓸쓸하지만 훈훈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영화 정보]

제목: 인생(人生)(1994)

원제: 活着

영제: To Live

제작국가: 중국/대만

감독: 장이모우

캐스트: 공리, 갈우, 강무, 곽도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2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95년 5월 25일(한국)/1994년 6월 30일(홍콩)

 

주요 수상내역:

1994년 47회 칸영화제 3개 부문 수상 - 심사위원 대상 *<위선의 태양>과 공동 수상, 에큐매니컬 심사위원상 *<위선의 태양>과 공동 수상, 남우주연상(갈우)

1995년 48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비영어 영화상 수상

1995년 52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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